2018년부터 시작된 베트남 국가대표팀 박항서 감독의 재계약 문제는 베트남뿐 아니라 한국에서 수많은 찌라시들과 카더라 통신을 통해 수많은 예측과 억측으로 인해 잡음이 있었지만, 박항서는 5년 6개 월의 긴 시간 동안 베트남 국가대표님을 이끌게 된다. 그리고 긴 여정 끝에 2023년 1월 31일부로 베트남 국가대표님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그 이후 행보는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동남아시아 축구와 베트남 축구의 현실
2018년, 10년 만에 베트남 국가대표팀이 스즈키컵에서 우승했을 때 전 국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를 한국에서도 보도를 했었는데 한국사람들 입장에서는 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저러나? 싶지만 이건 베트남 축구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축구 상황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굵직한 성적을 뽑아보라면 FIFA주관 월드컵 11회 진출에 4강, 16강 2회, FIFA랭킹 최고 순위 17위, 올림픽 3위의 성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역사적으로 월드컵 진출은 커녕 아시아 최종예선에도 올라온 경우도 거의 없으며, 유일한 1승 조차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베트남이 중국을 상대로 1승이 올린 것이 최초이다. 축구 후진국이라고 평가받는 아시아 축구는 생각만큼 그렇게 약하지 않다. 월드컵이 열릴때마다 그룹스테이지를 뚫는 한국, 일본, 호주, 이란 등은 FIFA랭킹 20위부터 40위권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는 동남아시아 국가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과 같다. 하지만 저런 대회들이야 천상계라고 봤을 때 우리 동네에서는 짱을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스즈키컵이 가지는 의미는 동남아시아 최강을 가리는 월드컵과 같다. 지리적, 역사적으로 얽힌 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 지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동남아시아는 태국을 1강으로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가 전통적인 축구 강국이라고 할 수 있다. 1996년에 시작된 이 대회는 태국이 7회 우승하였고, 싱가포르가 4회, 베트남이 2회, 말레이시아가 1회 우승하였다. 현재 베트남에서는 베트남축구 vs 태국축구 누가 더 우위인가?라는 주제로 엄청나게 싸우고 있다. '동남아시아 대회 성적은 태국이 더 좋지만, 그보다 더 상위 대회인 FIFA 월드컵에서는 베트남이 더 성적이 좋다'라고 서로 주장하고 있는데, 한국과 일본의 상황과 똑같은 게 재미있다. AFC 아시안컵에서 최다 우승국은 일본이고, 그보다 더 상위대회인 FIFA월드컵에서는 한국이 4강의 성적을 이뤘으니 말이다. 박항서 감독 부임전 베트남 축구 상황은 성인으로 취급되는 U20부터 시작해서, 스즈키컵 2회 우승 말고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한마디로 축구는 엄청 사랑하는 나라이지만, 성적은 안 나오는 불모지나 다름이 없었는데, 성적이 안 나오면 감독이 바로 경질되는 진정한 축구대표님 감독의 무덤이었다. 한국도 비슷하지만 한국은 최소한 2년은 지켜본다. 하지만 베트남은 얄짤없다. 성적이 안 나온다? 그럼 바로 경질이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의 구세주 박항서의 등장
2017년 9월, 베트남 축구협회는 U23, 베트남 축구국가 대표팀의 감독으로 박항서를 선임하였지만, 별 기대는 없었다. 국민들 또한 별 기대가 없었다. 박항서는 베트남에는 알려지지 않은 그야말로 듣보잡 감독이었고, 그때 베트남 축구는 스즈키컵에서는 10년이 넘도록 우승은커녕 결승에도 올라가지 못했고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었는데, 박항서는 2018년을 베트남 축구 최고의 해로 만든다. 2018 AFC U23 준우승을 시작으로 2018 사이안 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으로 베트남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든다. 2019년에도 AFC 아시안컵 8강, 킹스컵 준우승으로 2년 만에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축구 최강국으로 만든다. 그 이후로도 활약은 이어져 2023년 지휘봉을 놓을 때까지 베트남 축구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대표적인 업적으로는 FIFA랭킹 100위 안에 5년 연속 안착. 베트남 역사상 최초로 FIFA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과 1승, 56년 만의 아시안게임 축구 4강의 성적은 베트남 축구 역사에서 다시 찾아보지 못할 전설적인 업적들이다. 이 성적은 박항서를 베트남의 영웅으로 만들었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직 은퇴
2023년 1월 31일, 박항서는 5년 6개월의 아름다운 여정을 끝내고 베트남 축구대표님의 지휘봉을 내려놨다. 2월에 라디오 스타에 나와 자신의 근황을 알렸지만 사실 한국에서 박항서의 근황을 찾기 쉽지 않다. 기사도 별로 없고 한국 국민들의 관심이 큰 것도 아니었기에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베트남은 상황이 다르다. 하루에도 몇 건씩 박항서 관련된 뉴스와 소식이 나오고 있고 아직도 박항서의 다음 행보가 어떻게 될 것인가 많은 관심이 많다. 현재 박항서는 베트남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월에 잠깐 한국에 방문한 것도 베트남에서는 화제이다.
박항서의 다음 행보
한국에서는 인터넷을 위시로 박항서에 대한 찌라시가 참 많이 있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박항서는 베트남에 최고의 성적을 안겨줬는데, 베트남은 박항서에게 말도 안 되는 성적을 요구하고 대우조차 해주지 않는다' 정도로 요약 가능하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게 베트남 내에서 박항서의 위상과 인기는 어마어마하고, 단 한 명도 박항서 욕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고, 베트남 축구협회 또한 박항서의 대우는 나름 훌륭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 권력의 힘은 국민에서 나오고 박항서의 위상 또한 그랬기에 베트남 축구협회에서 정말 안 좋은 대우를 했고 그 사실이 알려졌다면 베트남 축구협회는 말 그대로 풍비박살이 났을 것이다. 박항서는 지금 베트남에 유소년 축구 아카데미를 준비 중이며, 곧 오픈할 예정이다. 감독직을 맡고 있던 시절부터 박항서는 베트남 축구 발전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고, 그중 특히 유소년 축구 발전에 관심이 많았다. 3월 초까지는 그냥 헛소문 아니냐 라는 말들이 많았는데, 3월 27일 EduLightenUP 세미나에 참가해 유소년 프로젝트 아카데미와 관련된 몇 가지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확정되었다. 5세에서 11세까지의 베트남 유소년을 대상으로, 프로축구 지망생이 아닌 지역을 기반으로 학교 축구발전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좀 의외의 행보인데, 박항서가 감독직을 내려놨을 때, 중국을 위시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박항서는 엄청난 감독 매물이었다. 베트남 내의 수많은 기사들이 이를 보도했고, 박항서를 놓칠 수 없었던 베트남 축구협회는 베트남 국가대표팀 기술감독을 요청하기도 했다. 베트남 축구리그 팀들 또한 박항서에게 감독직을 요청했고 이는 박항서가 어느 팀의 감독직을 수행할 것인가?라는 것이 베트남 내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하지만 박항서가 선택한 것은 베트남 유소년 축구 아카데미 설립이었고, 이는 진정 베트남을 사랑하는 박항서의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아카데미 설립을 한다고 감독직을 안 한다는 확정은 아니지만, 베트남 축구 발전을 택한 박항서 감독의 선택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베트남이 제2의 고향이라는 박항서의 좋은 인식을 이어가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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